전기차를 며칠 동안 운전하지 않고 주차해 둔 뒤 다시 탔을 때 배터리 잔량이 이전보다 줄어 있는 경우가 있다. 내연기관차라면 주차되어 있는 동안 연료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전기차를 처음 이용하는 운전자에게는 다소 낯선 현상이다.
그렇다고 전기차가 주차되어 있는 동안 항상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차량 상태와 설정, 기온, 연결된 기능 등에 따라 차이가 크며 며칠간 세워두어도 배터리 변화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전기차의 주차 상태를 이해하려면 단순히 '배터리가 자연 방전된다'고 생각하기보다 차량이 정차한 뒤에도 어떤 장치가 작동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전기차는 주차해도 완전히 꺼지는 것이 아니다
운전자가 시동을 끄고 차량에서 내리면 전기차도 대부분의 장치를 정지시키고 저전력 상태로 들어간다. 하지만 차량의 모든 전자장치가 완전히 전원에서 분리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차량 통신 시스템이다. 최근 전기차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충전 상태를 확인하거나 공조 장치를 작동시키고 차량 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기능을 제공하려면 차량 내부의 일부 통신 장치가 대기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도난 방지 기능이나 차량 주변을 감시하는 기능이 활성화된 차량이라면 대기 전력 사용량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제조사와 차종에 따라 기능의 작동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차량의 주차 중 소비전력을 모든 전기차에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어렵다.
예약 충전과 예약 공조 역시 확인할 부분이다. 특정 시간에 충전을 시작하거나 출발 전에 실내 온도를 맞추도록 설정해 두었다면 차량은 설정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일부 시스템을 깨우게 된다.
따라서 장기간 차량을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라면 평소 사용하던 편의 기능 중 어떤 기능이 활성화되어 있는지 한 번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고전압 배터리보다 12V 배터리를 먼저 이해해야 하는 이유
전기차에는 주행용 고전압 배터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전기차에는 일반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12V 계통을 위한 별도의 보조배터리가 사용된다.
문 잠금 장치, 차량 제어 장치, 각종 전자 시스템을 처음 깨우는 역할 등에 12V 전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큰 고전압 배터리가 차량을 움직이는 에너지를 담당한다면, 12V 배터리는 차량의 여러 전자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도록 기본 전원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차종에 따라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동안 고전압 배터리를 이용해 12V 배터리를 보충하는 기능도 있다. 이 과정 때문에 운전하지 않았는데도 주행용 배터리 잔량이 조금 달라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반대로 장기간 주차 중 12V 배터리 상태가 좋지 않으면 주행용 배터리 잔량이 충분해도 차량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깨어나지 않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전기차의 장기 주차를 이야기할 때는 주행용 배터리 잔량만 확인하기보다 12V 배터리의 상태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특히 이미 12V 배터리가 오래되었거나 최근 차량 전원과 관련된 이상 증상이 있었다면 장기 주차 전에 점검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주차 장소와 기온도 배터리 관리에 영향을 준다
배터리는 온도의 영향을 받는다. 전기차 역시 아주 덥거나 추운 환경에 장시간 놓이면 차량이 배터리 상태를 관리하기 위해 일부 시스템을 작동시킬 수 있다. 다만 어떤 조건에서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이 작동하는지는 차종별 제어 방식에 따라 다르다.
여름철에는 가능하다면 장시간 강한 직사광선에 노출되는 장소보다 그늘이나 실내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차량 전체의 열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겨울철에도 극심한 저온 환경에서는 배터리 성능과 표시되는 주행가능거리가 평소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계기판의 주행가능거리 숫자만 보고 배터리가 그만큼 실제로 소모되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기차의 예상 주행가능거리는 최근 운전 습관, 외부 온도, 공조 사용량 등 여러 조건을 이용해 계산된다. 같은 배터리 잔량이라도 기온이 달라지면 표시되는 예상 거리가 변할 수 있다.
장기 주차 전후 상태를 비교하고 싶다면 예상 주행거리보다 배터리 충전량의 퍼센트 변화를 함께 확인하는 편이 더 이해하기 쉽다.
며칠에서 몇 주 동안 세워둘 때 확인할 것
며칠 정도 운행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대부분의 운전자가 특별한 조치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몇 주 이상 차량을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라면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
우선 배터리를 극단적으로 낮은 상태로 두고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피하는 편이 일반적이다. 반대로 장기 주차에 적합한 충전량을 하나의 숫자로 단정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제조사마다 권장하는 보관 충전 상태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확실한 기준은 자신의 차량 사용설명서에 있는 '장기 주차', '장기 보관' 또는 '고전압 배터리 관리' 항목을 확인하는 것이다.
또 스마트폰 앱을 습관적으로 자주 열어 차량 상태를 확인하는 행동도 차량에 따라서는 대기 상태의 시스템을 다시 깨울 수 있다. 장기간 주차 중이라면 필요할 때만 확인하는 것이 좋다.
출발 전에 예약 공조를 설정해 두었다면 장기 주차 기간에는 불필요한 예약이 남아 있지 않은지도 확인할 수 있다. 블랙박스와 같은 별도 전장 장비가 주차 중 계속 작동하도록 설정되어 있다면 해당 장비의 전원 관리 방식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오랜 기간 세워둔 뒤 다시 운행할 때는 배터리 잔량만 확인하고 바로 출발하기보다 타이어 공기압, 차량 경고등, 충전구 상태, 바닥의 이상 흔적 등을 가볍게 확인하는 습관이 유용하다. 전기차라고 해서 장기 주차 시 확인해야 할 기본적인 차량 관리 항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주차 중 전력 사용은 '이상 현상'만은 아니다
전기차를 세워두었는데 충전량이 조금 줄었다고 해서 곧바로 배터리에 문제가 있다고 볼 필요는 없다. 차량은 주차 상태에서도 통신, 보안, 배터리 관리, 12V 계통 유지 등 여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평소 자신의 차량에서 어느 정도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알아두는 것이다. 같은 장소와 비슷한 기온에서 주차했는데 이전과 비교해 배터리 감소 폭이 갑자기 크게 달라졌다면 그때는 활성화된 기능이나 차량 상태를 하나씩 확인해 볼 수 있다.
전기차를 편하게 사용하는 데에는 충전 방법만큼 이런 작은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음에는 전기차를 주차해 둔 뒤 아무도 타지 않았는데 차량 내부나 하부에서 소리가 들리는 이유를 살펴보면 전기차의 대기 상태를 이해하는 데 한층 도움이 된다.
FAQ
Q1. 전기차를 일주일 정도 세워두면 충전기를 계속 연결해 두어야 하나요?
차종과 제조사가 권장하는 관리 방법에 따라 다르다. 일주일 정도의 일반적인 주차라면 반드시 충전기에 계속 연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 보관 시 연결 상태나 권장 충전량에 관한 제조사 지침이 별도로 있을 수 있다. 차량 사용설명서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Q2. 주차 중 배터리가 줄어드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 있나요?
대기 전력 사용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 다만 불필요한 원격 감시 기능, 예약 공조, 외부 전장 장비 등이 계속 작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Q3. 주행용 배터리가 충분한데도 전기차가 켜지지 않을 수 있나요?
가능하다. 전기차도 각종 차량 전자장치를 작동시키기 위해 12V 계통을 사용한다. 따라서 고전압 배터리에 충전량이 남아 있더라도 12V 배터리에 문제가 있으면 차량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정확한 원인은 차량 상태에 따라 다르므로 경고 메시지나 이상 증상이 반복되면 제조사 서비스센터 등을 통해 점검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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