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도 12V 배터리가 필요한 이유, 주행용 배터리와 무엇이 다를까



전기차에는 차체 바닥에 커다란 주행용 배터리가 들어 있다. 그런데 엔진도 없는 전기차에 일반 자동차에서 사용하던 12V 배터리까지 별도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면 의문이 생긴다.

수십 kWh 규모의 대형 배터리가 있는데 작은 보조배터리가 굳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주행용 배터리에 충전량이 충분한데도 12V 계통에 문제가 생기면 차량의 문이 열리지 않거나 전원이 정상적으로 켜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의 전원을 이해하려면 큰 배터리 하나가 자동차 전체에 직접 전력을 공급한다고 생각하기보다 고전압 계통과 저전압 계통이 역할을 나누고 있다고 보는 편이 이해하기 쉽다.

고전압 배터리와 12V 배터리는 하는 일이 다르다

전기차의 주행용 배터리는 모터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높은 전력을 저장한다.

차량 모델에 따라 전압 구조는 다르지만 일반적인 12V 자동차 전기 시스템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전압을 사용한다. 이 에너지를 이용해 구동모터를 돌리고 차량에 따라 에어컨 압축기나 배터리 열관리 장치 같은 고전압 부품을 작동시킨다.

반면 12V 계통은 자동차 곳곳에 있는 다양한 저전압 전자장치를 담당한다.

대표적으로 차량 제어장치, 도어 잠금장치, 일부 조명과 각종 센서, 통신장치 등이 여기에 연결된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오랫동안 사용해 온 12V 전기 시스템을 전기차에서도 상당 부분 활용하는 것이다.

쉽게 비유하면 고전압 배터리는 차량을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큰 에너지 저장소이고, 12V 배터리는 자동차의 여러 제어장치가 깨어나고 필요한 작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기본 전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두 계통을 분리하면 고전압 시스템을 항상 차량 전체에 직접 연결해 둘 필요가 없다.

전기차를 주차해 두었을 때는 안전을 위해 주행용 고전압 배터리와 주요 구동 계통이 분리된 상태에 가까워진다. 다시 차량을 이용하려면 먼저 저전압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차량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절차를 거쳐 고전압 시스템을 활성화하게 된다.

바로 이 과정에서 12V 전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큰 배터리가 가득 차 있어도 차량이 켜지지 않을 수 있는 이유

전기차 운전자에게 가장 당황스러운 상황 가운데 하나는 계기판에서 전날까지 주행용 배터리가 충분했던 차량이 다음 날 갑자기 정상적으로 켜지지 않는 경우다.

“배터리가 70%나 남아 있는데 왜 전원이 안 들어오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이때 말하는 두 종류의 배터리를 구분해야 한다.

고전압 배터리에 에너지가 남아 있더라도 차량의 기본 제어 시스템을 작동시킬 12V 전원이 부족하면 고전압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연결하는 과정 자체가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외부에서 보면 차량 전체가 방전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차량에 따라서는 스마트키 반응이 평소와 다르거나 도어 잠금 해제가 원활하지 않고, 실내 전자장치가 제대로 켜지지 않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정확한 증상은 차종과 방전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상황이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으면 ‘주행용 배터리가 많이 남아 있으니 전원 문제는 절대 아닐 것’이라고 단정하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다만 전기차가 켜지지 않는 원인이 항상 12V 배터리인 것은 아니다. 차량의 다른 전장 시스템이나 고전압 계통 이상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반복되는 문제가 있다면 차량의 경고 메시지와 제조사의 안내를 기준으로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

12V 배터리는 전기차에서 어떻게 다시 충전될까

내연기관차에서는 엔진이 작동하면 발전기가 12V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전기차에는 같은 방식의 엔진 발전기가 없다. 대신 고전압 배터리의 전압을 낮춰 12V 계통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장치가 사용된다. 이를 통해 차량을 운행하는 동안 12V 배터리를 보조하거나 충전할 수 있다.

차량에 따라서는 주차 중에도 12V 배터리의 상태를 감시하다가 필요할 때 고전압 배터리에서 에너지를 가져와 보조하는 기능이 작동하기도 한다.

앞선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주차해 둔 전기차에서 갑자기 작은 작동음이 들리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런 차량 관리 과정과 관련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12V 배터리가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조배터리 역시 사용 기간과 환경에 따라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 고온과 저온, 장기간 주차, 전장 장비 사용 방식 등 여러 조건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블랙박스처럼 주차 중에도 계속 전력을 사용하는 외부 장비가 설치되어 있다면 전원 관리 설정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차량마다 12V 배터리를 관리하는 방식이 다르므로 “전기차는 알아서 충전하니까 절대로 방전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12V 계통 이상이 의심될 때 살펴볼 수 있는 신호

평소 차량의 작은 변화를 알아두면 이상이 생겼을 때 원인을 설명하기 쉬워진다.

예를 들어 스마트키를 사용했을 때 평소보다 반응이 느려지거나, 전원을 켜는 과정에서 여러 경고 메시지가 동시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등 이전과 다른 현상이 반복된다면 차량 상태를 한 번 확인해 볼 수 있다.

실내 조명이나 전자장치 동작이 비정상적으로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다만 최신 전기차는 전자 제어가 복잡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 하나만으로 12V 배터리 문제라고 직접 진단해서는 안 된다.

최근 차량 중에는 계기판이나 차량 메뉴에서 12V 계통과 관련된 경고를 제공하기도 한다. 경고가 표시됐다면 단순히 메시지를 지우는 것보다 사용설명서에서 해당 경고의 의미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장기간 차량을 운행하지 않은 뒤 전원 문제가 발생했다면 마지막 운행 시점과 주차 기간, 블랙박스 등 주차 중 작동했던 장치, 최근 12V 배터리 교체 이력 등을 함께 확인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서비스센터에 방문할 때도 “차가 갑자기 안 켜졌다”는 설명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증상이 발생했는지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편이 점검에 유용하다.

전기차 12V 배터리를 직접 다룰 때는 차량 설명서를 우선해야 한다

내연기관차 운전에 익숙하다면 배터리가 방전됐을 때 다른 차량과 점프 케이블을 연결했던 경험을 떠올릴 수 있다.

전기차 역시 차종에 따라 12V 배터리 방전 시 지정된 절차가 제공될 수 있다. 하지만 차량마다 보조전원 단자의 위치와 연결 방법이 다르고, 고전압 시스템이 함께 존재하므로 익숙한 내연기관차와 완전히 같은 방식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특히 주황색 케이블이나 고전압 경고 표시가 있는 부품은 운전자가 임의로 만지거나 분해해서는 안 된다.

차량이 켜지지 않을 때 무작정 배터리 주변 부품을 분리하는 것보다 먼저 사용설명서의 ‘12V 배터리 방전’, ‘비상 시동’ 또는 비슷한 항목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절차가 익숙하지 않다면 제조사 긴급출동 서비스나 전문 정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다.

또 12V 배터리를 교체해야 할 때도 차량에 지정된 규격을 확인해야 한다. 전기차라고 해서 아무 12V 배터리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차종에 따라 배터리 종류와 용량, 차량 등록 절차 등이 다를 수 있다.

인터넷에서 다른 차종의 교체 사례를 보고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자신의 차량 매뉴얼과 제조사 정보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편이 좋다.

장기 주차를 할 때는 주행용 배터리만 보지 말자

며칠 정도의 평범한 주차라면 대부분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몇 주 이상 차량을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라면 12V 계통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많은 운전자가 장기 주차를 준비할 때 주행용 배터리를 몇 퍼센트로 남겨둘지만 고민한다. 물론 고전압 배터리의 적절한 보관 상태도 중요하지만 차량 전체의 대기전력을 담당하는 12V 시스템 역시 함께 관리되고 있다.

장기 주차 전에 최근 12V 관련 경고가 없었는지 확인하고, 필요하지 않은 외부 전장 장비가 계속 전력을 소비하지 않도록 설정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차량 제조사가 장기 보관에 관한 별도의 절차를 안내한다면 이를 따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차종에 따라 충전 케이블 연결 여부나 권장 충전 상태, 장기 주차 시 해야 할 설정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기억할 점은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 상태를 지나치게 자주 확인하는 행동이다. 차종에 따라 원격 조회가 차량의 일부 시스템을 깨울 수 있으므로 장기 보관 중에는 필요할 때 확인하는 정도로 사용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작은 배터리가 전기차 전체를 깨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라고 하면 대부분 고전압 주행용 배터리를 먼저 떠올린다. 실제로 차량의 주행거리와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품이다.

하지만 자동차를 실제로 사용하는 과정에서는 12V 보조배터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도어를 열고 차량 제어장치가 작동하며 고전압 시스템이 준비되는 일련의 과정에는 저전압 전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작은 12V 배터리 상태가 좋지 않으면 큰 주행용 배터리에 충분한 에너지가 남아 있어도 차량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전기차를 관리할 때는 배터리를 하나의 거대한 부품으로만 생각하기보다 주행을 담당하는 고전압 배터리와 차량의 기본 전자 시스템을 담당하는 저전압 계통이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고 이해하는 것이 좋다.

이 구조를 알고 있으면 장기 주차 후 차량이 켜지지 않거나 예상하지 못한 전원 관련 경고가 나타났을 때도 상황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FAQ

Q1. 전기차에도 일반 자동차처럼 12V 배터리가 정말 있나요?
대부분의 전기차에는 차량 제어장치와 각종 저전압 전자부품을 위한 12V 계통이 사용된다. 다만 배터리 종류와 구조는 차량마다 다를 수 있으며 일부 차량은 전통적인 납산배터리와 다른 형태의 저전압 배터리를 사용할 수도 있다.

Q2. 주행용 배터리가 80% 남았는데 12V 배터리가 방전될 수 있나요?
가능하다. 고전압 배터리와 12V 배터리는 역할이 다르다. 차량이 주차 중 12V 계통을 보조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더라도 12V 배터리 자체의 상태나 전장 장비 사용 환경 등에 따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Q3. 전기차의 12V 배터리가 방전되면 직접 점프해도 되나요?
차종에 따라 제조사가 지정한 비상 전원 공급 또는 점프 절차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단자 위치와 방법이 차량별로 다르고 고전압 시스템도 함께 존재하므로 일반 내연기관차 경험만으로 임의 작업을 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차량 사용설명서의 절차를 확인하거나 제조사 긴급출동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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