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주차 중 에어컨을 켜둬도 될까? 공회전과 다른 대기 전력의 원리



여름철 주차장에서 가족을 기다리거나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야 할 때 자동차 안에서 에어컨을 켜두는 경우가 있다. 겨울에는 반대로 히터를 사용하면서 차 안에서 기다리기도 한다.

내연기관차에 익숙하다면 이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공회전’이다. 에어컨이나 난방을 사용하려면 엔진을 계속 켜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기차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구동모터가 멈춰 있는 상태에서도 냉난방에 필요한 전기 장치를 별도로 작동시킬 수 있다. 엔진을 일정 회전수로 계속 돌리는 방식과는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주차 중 공조장치를 아무리 오래 사용해도 배터리가 줄지 않는 것은 아니다. 차량이 움직이지 않아도 실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전력은 계속 필요하다.

전기차에는 내연기관차와 같은 공회전이 없다

내연기관차에서 에어컨을 켜려면 일반적으로 엔진이 작동하면서 에어컨 압축기와 차량의 전기 시스템을 구동한다. 겨울철 난방에서도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을 활용하는 차량이 많다.

차가 움직이지 않아도 엔진은 계속 연료를 소비한다.

전기차에는 주행을 위한 내연기관이 없다. 차를 세운 상태에서 공조장치를 켜더라도 구동모터를 의미 없이 계속 회전시켜야 하는 구조가 아니다.

대신 고전압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사용해 냉방장치나 난방장치를 작동시킨다.

이 차이는 주차 상태에서 특히 분명하게 느껴진다. 전기차는 공조장치를 사용하면서 정차해 있어도 일반적으로 엔진 진동이나 배기음이 없다. 그래서 차량 전원이 켜져 있다는 사실조차 잊기 쉽다.

하지만 조용하다고 해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계기판이나 차량 에너지 사용 화면을 보면 주행하지 않는 동안에도 공조장치와 각종 전장 장치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차량이 있다.

따라서 전기차에서는 ‘공회전을 얼마나 했는가’보다 정차 상태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어떤 장치를 사용했는가를 생각하는 편이 이해하기 쉽다.

에어컨과 히터는 정차 중에도 배터리를 사용한다

한여름에 뜨거워진 차량 실내를 식히려면 에어컨 압축기를 작동시켜야 한다. 겨울철에는 실내를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난방에 에너지를 사용한다.

차량이 움직이지 않더라도 이 전력은 필요하다.

특히 처음 공조장치를 켰을 때는 차량 내부와 목표 온도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처음부터 실내 온도가 안정된 상태보다 에너지 사용이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한여름 햇빛 아래 오랫동안 세워둔 차량은 실내가 상당히 뜨거워진다. 탑승 직후 가장 낮은 온도로 설정하고 풍량을 높이면 차량은 빠르게 실내를 식히기 위해 냉방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작동시킨다.

실내가 어느 정도 시원해진 뒤에는 온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작동이 달라질 수 있다.

겨울철에도 비슷하다. 매우 차가워진 실내를 처음 데우는 과정과 이미 따뜻해진 공간의 온도를 유지하는 과정은 같은 조건이 아니다.

전기차의 난방 방식 역시 차량마다 차이가 있다.

전기 저항식 히터를 사용하는 차량도 있고 히트펌프를 활용하는 차량도 있으며, 외부 기온에 따라 여러 열관리 장치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주차 중 에어컨을 한 시간 켜면 몇 퍼센트가 줄어든다”처럼 하나의 숫자를 모든 전기차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차량 크기, 외부 기온, 설정 온도, 배터리 상태와 공조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주차 중 냉난방이 예상 주행거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차량을 세워둔 채 공조장치를 사용하다 보면 배터리 잔량이나 예상 주행가능거리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전기차에서는 배터리에 저장된 에너지를 주행과 냉난방이 함께 사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배터리 잔량이 충분할 때는 몇 퍼센트의 변화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장거리 이동 중 충전소까지 남은 거리가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정차 중 공조 사용도 계산에 넣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에서 다음 충전소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배터리 여유가 크지 않다면 휴게소에서 장시간 강한 냉난방을 사용하는 것보다 현재 배터리 상태와 다음 충전 위치를 함께 확인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반대로 충전기에 연결된 상태에서는 차량과 설정에 따라 외부에서 공급되는 전력을 공조에 활용할 수 있다.

집이나 아파트에서 충전 중이라면 출발 전에 실내 온도를 미리 맞추는 예약 공조를 활용할 수 있는 차량도 많다.

이 기능을 잘 활용하면 여름에는 탑승하기 전에 실내를 식히고, 겨울에는 출발 전에 실내를 데운 상태로 운전을 시작할 수 있다.

다만 외부 전력을 어느 정도까지 활용하는지는 차량과 충전 상태에 따라 다르므로 제조사의 기능 설명을 기준으로 보는 것이 좋다.

‘READY 상태’와 단순 전원 상태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기차를 세워두고 공조장치를 사용할 때 운전자가 의외로 놓치는 부분이 차량 전원 상태다.

차종에 따라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전원 버튼을 눌러 정상적인 주행 준비 상태로 만들어야 공조장치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액세서리 모드와 비슷한 저전압 전원 상태에서는 일부 장치만 작동할 수 있다.

이 차이를 모르고 오랫동안 차량의 일부 전자장치만 사용하는 상태로 두면 12V 보조배터리 관리 측면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앞선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전기차에도 차량의 각종 저전압 장치를 위한 12V 계통이 존재한다.

주행용 고전압 배터리가 충분히 남아 있다고 해서 어떤 전원 모드에서도 모든 장치를 마음 놓고 장시간 사용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따라서 차 안에서 오래 대기하면서 공조장치를 사용할 예정이라면 자신의 차량 사용설명서에서 정차 중 공조 사용 방법이나 유틸리티 모드, 캠핑 모드, 주차 공조와 같은 기능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차량마다 명칭은 다를 수 있다.

이런 전용 모드가 있는 차량은 장시간 정차 상태에서 전장 장치를 사용할 때 차량의 고전압 시스템과 12V 계통을 적절하게 관리하도록 설계된 경우가 있다.

차 안에서 오래 머무를 때는 배터리만 볼 것이 아니다

전기차에서는 엔진 배기가스가 없기 때문에 차 안에서 냉난방을 하며 대기하는 것이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단순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장시간 머무르는 상황에서는 배터리 이외의 부분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먼저 주변 환경이다.

지하주차장이나 공용 주차장에서 오랜 시간 차량을 세운 채 머무를 경우 해당 시설의 주차 규칙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충전구역이라면 충전이 끝난 뒤 장시간 자리를 점유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어린이나 반려동물을 차량에 혼자 남겨두고 공조장치에만 의존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원격 공조 기능이 작동하고 있더라도 차량 설정 오류, 배터리 상태 변화, 시스템 종료 등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생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차량에서 잠을 자거나 장시간 머무를 계획이라면 제조사가 제공하는 관련 기능과 사용 조건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일부 차량의 유틸리티 모드나 캠핑 관련 기능은 이런 환경을 고려해 만들어지지만 작동 가능한 배터리 잔량이나 종료 조건은 차종마다 다를 수 있다.

에어컨을 켰는데 차량 앞쪽에서 소리가 나는 이유

주차 중 공조장치를 켜면 전기차가 완전히 정지해 있는데도 차량 앞쪽이나 하부에서 ‘웅’ 하는 팬 소리가 들릴 수 있다.

이는 냉방장치나 열관리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발생하는 정상적인 소리일 수 있다.

전기차에는 엔진음이 없기 때문에 냉각팬이나 펌프, 에어컨 압축기에서 발생하는 소리가 상대적으로 더 잘 들린다.

특히 한여름에는 실내 냉방뿐 아니라 배터리나 전장 부품의 열관리까지 함께 이루어질 수 있어 여러 장치가 작동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차량 아래쪽에서 물이 떨어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에어컨을 사용하면 공기 중 수분이 응축되면서 물이 발생할 수 있고, 이 물이 차량 아래로 배출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일 수 있다.

다만 색이 있는 액체가 흐르거나 이상한 냄새가 나고 경고등까지 함께 표시된다면 단순한 에어컨 응축수라고 판단하지 말고 차량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평소 차량에서 어떤 소리가 나고 어디에서 물이 떨어지는지를 알아두면 실제 이상이 생겼을 때도 차이를 구분하기 쉬워진다.

주차 중 공조 사용은 ‘시간’보다 남은 에너지를 기준으로 생각하자

전기차에서 “에어컨을 몇 시간까지 켜도 되나요?”라는 질문에는 하나의 정답을 적용하기 어렵다.

배터리가 90% 남은 차량과 15% 남은 차량의 상황이 같지 않고, 봄날에 약하게 냉방하는 것과 폭염 속에서 실내를 계속 차갑게 유지하는 것도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간을 외우기보다 현재 배터리 잔량과 예상 주행거리, 이후 이동 계획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편이 좋다.

휴게소에서 20~30분 쉬는 정도라면 차량 계기판을 통해 배터리 변화를 확인하면서 공조장치를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오랜 시간 차량 안에서 머무를 계획이라면 일정 시간마다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후 충전소까지 이동해야 한다면 필요한 주행 여유도 남겨둬야 한다.

전기차의 장점 중 하나는 정차 상태에서도 엔진 진동 없이 냉난방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차 안에서 기다리는 일이 많은 운전자에게는 상당히 편리한 기능이다.

하지만 그 편리함도 결국 배터리에 저장된 에너지를 이용해 만들어진다.

주차 중 에어컨이나 히터를 사용하는 것 자체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차량이 조용하다는 이유로 전력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잊을 필요도 없다.

전기차에서는 공회전 시간을 계산하기보다 남은 배터리와 다음 이동 계획을 보면서 필요한 만큼 공조장치를 사용하는 습관이 더 현실적이다.

FAQ

Q1. 전기차를 세워두고 에어컨을 계속 켜도 차량에 문제가 생기나요?
정상적인 차량이라면 정차 상태에서 공조장치를 사용하는 기능 자체는 일반적인 사용 범위에 포함된다. 다만 냉난방에도 배터리 전력이 사용되므로 남은 배터리와 이후 주행 계획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장시간 사용 시에는 차량 제조사가 제공하는 정차·유틸리티 관련 기능과 안내를 확인하면 도움이 된다.

Q2. 주차 중 에어컨을 사용하면 주행가능거리가 줄어드나요?
그럴 수 있다. 차량이 움직이지 않더라도 에어컨이나 히터를 작동시키는 데 에너지가 사용된다. 실제 감소 정도는 외부 기온, 설정 온도, 차량의 공조 방식, 사용 시간 등에 따라 달라진다.

Q3. 충전 중에 에어컨이나 히터를 사용해도 되나요?
많은 전기차가 충전 중 공조 또는 출발 전 예약 공조 기능을 지원한다. 다만 외부 전력 사용 방식과 충전 속도에 미치는 영향은 차량 및 충전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자신의 차량 사용설명서에서 충전 중 공조와 예약 출발 기능의 작동 조건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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