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를 처음 운전하면 주차장이나 골목에서 예상하지 못한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빠르게 달릴 때는 오히려 조용한데 아주 천천히 움직일 때 차량 바깥에서 전자음이나 우주선 같은 독특한 소리가 들리는 경우다.
후진할 때는 소리가 더 분명해지는 차량도 있다. 처음에는 모터나 전기장치에서 발생하는 기계적인 소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주변 보행자가 차량의 움직임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경고음일 수 있다.
내연기관차에서는 엔진 자체가 자연스럽게 차량의 존재를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반면 전기차는 낮은 속도에서 엔진음이 없기 때문에 별도의 방식으로 차량 접근을 알려줄 필요가 생겼다.
전기차가 너무 조용하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전기차의 장점으로 가장 먼저 체감되는 부분 가운데 하나가 조용함이다.
정차 상태에서는 엔진 진동이 없고, 낮은 속도로 주행할 때도 내연기관차에서 들리던 엔진음이 거의 없다. 주택가나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를 움직이면 이런 차이가 더욱 분명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운전자에게 편안한 이 조용함이 보행자에게는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
사람은 자동차를 눈으로만 확인하지 않는다. 뒤에서 다가오는 차량의 엔진음이나 타이어 소리를 듣고 자연스럽게 차량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것을 판단한다.
특히 주차장에서는 자동차와 사람이 같은 공간을 함께 사용한다. 쇼핑카트를 밀거나 휴대전화를 보면서 걷는 사람, 기둥이나 주차 차량 때문에 시야가 가려진 사람은 다가오는 자동차를 바로 보지 못할 수 있다.
전기차가 아주 천천히 움직일 때는 타이어가 도로와 마찰하면서 만드는 소리도 크지 않다.
이런 이유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에는 낮은 속도에서 주변에 차량의 존재를 알리는 별도의 소리를 발생시키는 시스템이 적용된다.
제조사나 국가에 따라 명칭은 다르게 사용되지만 흔히 보행자 경고음, 가상 엔진 사운드 또는 AVAS와 같은 용어로 불린다.
왜 빠르게 달릴 때보다 저속에서 소리가 더 중요할까
전기차가 보행자 경고음을 항상 같은 크기로 내는 것은 아니다.
일정 속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타이어와 노면에서 발생하는 소리, 바람이 차체를 지나면서 생기는 풍절음 등이 커지기 때문이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자동차는 모터 이외의 여러 원인으로 자연스럽게 소리를 낸다.
반대로 주차장에서 시속 몇 km 수준으로 천천히 움직일 때는 이런 자연적인 주행음이 작다. 바로 이 구간에서 인공적인 경고음의 역할이 커진다.
실제로 전기차 운전자가 보행자 경고음을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는 곳도 지하주차장이다.
벽과 천장에 소리가 반사되기 때문에 평소 야외에서는 잘 들리지 않던 전자음이 운전석 안에서도 비교적 선명하게 들릴 수 있다.
좁은 골목도 마찬가지다.
운전자는 차량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당연히 알고 있지만 차량 앞이나 옆을 걷는 사람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차량이 정차했다가 아주 천천히 다시 출발하면 보행자가 움직임을 눈치채기 어렵다.
그래서 저속 경고음은 자동차가 시끄럽게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기능이라기보다 엔진음이 사라지면서 생긴 정보의 빈틈을 보완하는 장치로 이해하는 편이 쉽다.
후진할 때 앞진과 다른 소리가 들릴 수 있는 이유
전기차가 후진할 때 유독 독특한 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다.
차량에 따라 전진과 후진에서 서로 다른 음색을 사용하거나 후진 시 보행자가 더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소리를 내도록 설계되어 있다.
주차장에서 후진은 보행자와 차량 모두에게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운전자는 후방 카메라와 센서를 이용해 주변을 확인하지만 주차된 차량 사이에서 갑자기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다. 보행자 역시 후진등만 보고 차량이 움직이는지 즉시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
이때 소리가 하나의 추가적인 신호 역할을 한다.
내연기관차에서도 후진 경고음을 사용하는 상용차가 있었지만 전기차에서는 저속 주행 자체가 조용하기 때문에 이런 청각적인 알림의 의미가 더 커질 수 있다.
차량을 처음 구입한 뒤 후진할 때 바깥에서 전자음이 들린다고 해서 변속기나 모터 이상으로 바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매번 후진할 때 비슷한 음색으로 발생하고 별도의 경고 메시지가 없다면 보행자 경고 시스템의 정상적인 작동일 가능성을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다.
정확한 소리의 종류와 작동 조건은 차량 사용설명서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경고음을 마음대로 끄면 안 되는 이유
운전자 입장에서는 조용한 전기차를 샀는데 인공적인 소리가 계속 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새벽 지하주차장에서 출차할 때 소리가 크게 느껴지면 경고음을 줄이거나 끌 수 없는지 찾아보게 된다.
하지만 보행자 경고음은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다.
차량이 일정 조건에서 반드시 작동하도록 설계되거나 관련 안전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적용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운전자가 임의로 장치를 분리하거나 스피커를 막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차량 설정에서 운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제조사가 허용한 범위 안에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온라인에서 스피커 위치를 찾아 커넥터를 빼거나 부품을 막는 방식은 차량의 안전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차량에 따라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운전자에게는 작게 느껴지는 기능이라도 주변 보행자에게는 차량이 접근하고 있다는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특히 시각 정보를 충분히 이용하기 어려운 보행자에게는 차량의 소리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경고음이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임의 조작하기보다 평소와 비교해 소리가 지나치게 크거나 이상하게 변했다면 제조사 서비스센터에서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맞다.
평소 듣던 소리와 다르다면 위치와 상황을 구분해 보자
전기차에서 나는 모든 전자음이 보행자 경고음인 것은 아니다.
주차 후 냉각팬이 돌아가는 소리, 에어컨 압축기가 작동하는 소리, 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접점 작동음, 모터나 감속기에서 발생하는 주행음 등 다양한 소리가 존재한다.
따라서 새로운 소리를 발견했다면 먼저 언제 발생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차량이 저속으로 움직일 때만 일정하게 들린다면 보행자 경고음일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후진 기어를 넣는 순간 특정한 음이 반복해서 발생한다면 후진 경고와 관련된 기능일 수 있다.
반면 차량 속도와 관계없이 마찰음이나 금속성 소음이 계속 발생하고 속도가 빨라질수록 커진다면 다른 기계 부품의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핸들을 돌릴 때만 발생하거나 브레이크를 사용할 때만 나는 소리도 원인이 다를 수 있다.
소리의 원인을 운전자가 직접 정확하게 진단할 필요는 없다.
평소와 다른 소리가 반복된다면 발생 상황을 간단히 기록해 두는 것이 좋다. 전진인지 후진인지, 주행 속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브레이크나 핸들을 조작했는지 등을 적어두면 점검을 받을 때 설명하기 쉽다.
지하주차장처럼 조용한 장소에서 소리가 잘 들린다면 휴대전화로 짧게 녹음해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전기차가 조용하다고 보행자가 항상 알아서 피하는 것은 아니다
전기차를 운전하다 보면 좁은 주차장에서 앞에 있는 보행자가 차량이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상황을 경험할 수 있다.
이때 보행자 경고음이 있다고 해서 상대가 반드시 차량을 인식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거나 주변이 시끄러우면 경고음을 듣지 못할 수 있다. 어린아이나 반려동물이 갑자기 움직일 수도 있다.
따라서 저속 경고 시스템은 운전자의 확인을 대신하는 장치가 아니다.
주차장과 골목에서는 보행자가 차량을 보지 못했다고 가정하고 충분한 거리를 두며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기본이다.
필요한 상황에서는 경적을 짧게 사용해 차량의 존재를 알리는 방법도 있지만 사람과 가까운 거리에서 불필요하게 큰 소리를 내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후방 카메라와 주차 센서, 주변 모니터링 기능 역시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전기차의 여러 안전 장치는 운전자가 주변을 직접 확인하는 과정을 대신하기보다 놓칠 수 있는 정보를 추가로 제공하기 위한 장치에 가깝다.
인공적인 소리도 전기차의 기능 가운데 하나다
전기차의 조용함은 분명 매력적인 특징이다.
그럼에도 제조사가 일부러 차량에 소리를 추가하는 것은 자동차에서 소리가 단순한 소음만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연기관 시대에는 운전자가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엔진음이 차량의 위치와 움직임을 주변에 알려줬다. 전기차에서는 그 역할이 사라졌기 때문에 필요한 상황에서 인공적인 소리로 보완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낯선 전자음으로 들리지만 어느 정도 전기차를 사용하면 저속 주행음과 후진음도 차량의 정상적인 작동 패턴 가운데 하나로 익숙해진다.
그리고 평소 정상적인 소리를 알고 있어야 어느 날 이전과 다른 소리가 나타났을 때도 더 빨리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다.
전기차를 이해한다는 것은 배터리 용량이나 충전 속도만 아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자동차와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 차량이 주변과 어떻게 정보를 주고받는지를 이해하는 것도 실제 전기차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다.
FAQ
Q1. 전기차가 저속에서 우주선 같은 소리를 내는데 고장인가요?
저속 주행 중 일정하게 발생하고 차량 경고가 없다면 보행자에게 차량 접근을 알리기 위한 경고음일 수 있다. 차량마다 음색과 작동 조건이 다르므로 사용설명서의 보행자 경고 시스템 관련 항목을 확인하면 정확하다.
Q2. 전기차 보행자 경고음을 운전자가 끌 수 있나요?
차량 및 적용되는 안전 기준에 따라 다르다. 운전자가 임의로 스피커나 배선을 분리하는 것은 피해야 하며, 설정 변경이 가능한 차량이라도 제조사가 제공하는 범위 안에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Q3. 일정 속도가 되면 저속 경고음이 들리지 않는 것은 정상인가요?
차량에 따라 일정 속도 이상에서는 경고음이 줄어들거나 작동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속도가 높아지면 타이어와 노면, 바람에서 발생하는 자연적인 주행음도 증가한다. 정확한 작동 속도와 방식은 차종마다 다르므로 차량 사용설명서를 기준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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