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를 처음 운전하면 시내에서는 차량이 예상보다 조용하다는 인상을 받기 쉽다. 신호대기 중에는 엔진 진동이 없고 낮은 속도에서도 실내로 들어오는 기계적인 소리가 크지 않다.
그런데 고속도로에 올라가면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 시속이 높아질수록 바닥에서 ‘우웅’ 하는 소리가 들리고 사이드미러나 창문 주변에서는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더 선명해진다.
“전기차가 원래 조용하다는데 왜 고속에서는 이렇게 시끄럽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이 현상은 반드시 차량 방음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전기차는 엔진음이 사라지면서 이전에는 엔진과 변속기 소리에 가려졌던 타이어와 노면, 바람에서 발생하는 소리가 상대적으로 더 잘 들리는 특성이 있다.
엔진음이 사라지면 원래 있던 소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내연기관차에서는 주행 중 여러 종류의 소리가 동시에 발생한다.
엔진 회전음이 있고 가속할 때는 변속 과정의 소리도 들린다. 배기계통과 엔진 진동도 실내로 어느 정도 전달된다.
그 안에서는 타이어가 아스팔트와 마찰하면서 만드는 소리나 사이드미러 주변을 지나는 바람 소리가 상대적으로 묻힐 수 있다.
전기차는 이 배경 소음이 상당 부분 줄어든다.
특히 낮은 속도에서는 모터의 작동음보다 차량 내부 송풍기나 타이어가 자갈을 밟는 소리가 더 잘 들릴 정도로 조용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속도가 높아질수록 상황이 바뀐다.
자동차가 빠르게 움직이면 타이어가 노면과 부딪히면서 발생하는 소리가 증가하고 공기가 차체 주변을 빠르게 지나가면서 풍절음도 커진다.
이 두 가지 소음은 전기차라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엔진 소리가 없는 상태에서는 운전자의 귀에 더 분명하게 들어온다.
그래서 같은 사람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꾼 뒤 “저속에서는 정말 조용한데 고속에서는 생각보다 차이가 적다”고 느낄 수 있다.
전기차의 정숙성을 판단할 때 시내 주행과 고속도로 주행의 느낌이 다른 이유다.
타이어 종류와 노면이 바뀌면 소리도 크게 달라진다
고속도로에서 들리는 ‘웅웅’ 하는 소리의 상당 부분은 타이어와 도로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다.
타이어 표면에는 물을 배출하고 접지력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형태의 홈이 만들어져 있다. 이 트레드 패턴이 도로와 반복적으로 접촉하면서 소리가 발생한다.
타이어 종류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전기차용으로 설계된 일부 타이어는 구름저항과 하중, 소음 등을 고려해 만들어지며 타이어 내부에 흡음 소재를 사용하는 제품도 있다.
그렇다고 전기차에는 반드시 특정 이름의 ‘전기차 전용 타이어’만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차량 제조사가 지정한 타이어 크기와 하중지수, 속도등급 등 필요한 규격을 만족하는 것이 우선이며 타이어 선택 시 소음과 승차감, 효율 같은 특성을 함께 비교할 수 있다.
노면 상태도 실내 소음에 큰 영향을 준다.
새로 포장된 매끄러운 아스팔트에서는 조용했던 차량이 오래된 거친 노면으로 들어가는 순간 갑자기 소리가 커지는 경우가 있다.
도로에 작은 홈을 반복적으로 만들어 놓은 구간이나 콘크리트 포장도로에서도 특정한 진동음이 느껴질 수 있다.
실사용에서 소음의 원인을 확인하고 싶다면 같은 속도에서 노면이 바뀌었을 때 소리도 바로 달라지는지 살펴보는 방법이 있다.
도로 표면에 따라 소리가 크게 변한다면 차량 자체 이상보다 타이어와 노면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주행소음일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타이어가 마모되면서 소음 특성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새 타이어일 때와 몇만 km를 사용한 뒤의 트레드 모양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편마모가 발생했다면 특정 속도에서 반복적인 ‘우웅’ 소리가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풍절음이 빠르게 커지는 이유
고속에서 또 하나 두드러지는 것이 바람 소리다.
자동차가 앞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앞에 있는 공기를 밀어내야 한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공기저항의 영향도 커지고 차체 주변을 지나는 공기의 흐름 역시 빨라진다.
이 과정에서 사이드미러, 도어와 유리의 경계, 와이퍼 주변처럼 공기 흐름이 복잡한 부분에서 풍절음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시속이 높아질수록 작은 틈이나 돌출된 부품에서 발생하던 소리가 갑자기 더 분명해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전기차가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매끈한 차체 디자인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 중 하나도 고속 주행 효율과 관련되어 있다.
공기저항을 줄이면 같은 속도로 주행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바람이 만드는 소음을 관리하는 데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고 공기저항계수가 낮은 차량이 반드시 실내에서 가장 조용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유리의 두께와 종류, 도어 실링 구조, 방음 소재, 사이드미러 디자인 등 실내 정숙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루프박스나 별도의 외부 액세서리를 장착했다면 상황이 더 달라질 수 있다.
차량 바깥쪽에 원래 없던 물체가 추가되면 공기 흐름이 바뀌면서 이전에는 들리지 않던 바람 소리가 나타날 수 있다.
창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거나 도어 고무 몰딩에 이물질이 끼어 있는 경우에도 특정 위치에서 바람이 새는 듯한 소리가 날 수 있다.
평소보다 풍절음이 갑자기 커졌다면 최근 차량에 장착한 외부 용품이나 도어·창문 상태를 먼저 확인해 보는 것도 좋다.
평소와 다른 소음은 속도와 위치를 기준으로 살펴보자
전기차에서는 차량이 조용하기 때문에 작은 소리 변화도 쉽게 느껴진다.
그래서 정상적인 노면 소음을 차량 고장으로 걱정할 수도 있고, 반대로 실제로 점검이 필요한 소리를 단순한 전기차 특성이라고 넘길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소리의 크기보다 어떤 조건에서 반복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도로 종류가 바뀔 때마다 소리가 크게 달라지고 매끄러운 노면에서는 줄어든다면 타이어와 노면 소음의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반면 같은 도로에서도 특정 속도에 도달하면 규칙적인 진동과 함께 ‘웅웅’ 하는 소리가 반복된다면 타이어 마모나 휠 상태 등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핸들을 좌우로 움직일 때 소리가 달라지거나 속도가 올라갈수록 특정 바퀴 주변에서 지속적인 소음이 커지는 상황이라면 단순한 풍절음과 다른 원인도 있을 수 있다.
타이어 공기압도 기본적으로 확인할 만하다.
네 바퀴 가운데 하나만 압력이 크게 다르거나 타이어 표면에 눈에 띄는 손상이 있다면 차량을 계속 고속으로 운행하기보다 상태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최근 타이어를 교체한 뒤부터 소리가 달라졌다면 새 타이어의 특성이나 규격도 확인할 수 있다.
차량 제조사가 지정한 크기와 하중 기준을 충족했는지, 방향성이 있는 타이어라면 올바른 방향으로 장착됐는지도 점검 대상이 될 수 있다.
휠 얼라인먼트가 맞지 않아 편마모가 진행되고 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소음과 진동으로 체감되는 경우도 있다.
소리가 반복될 때는 휴대전화로 녹음을 남기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만 운전 중 직접 휴대전화를 조작해서는 안 된다. 동승자가 기록하거나 안전하게 정차한 뒤 상황을 메모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시속 80km 부근부터 오른쪽 앞쪽에서 반복적인 소리가 발생한다”, “젖은 도로가 아니라 마른 도로에서도 동일하다” 정도로 정리하면 서비스센터나 타이어 전문점에서 상태를 설명하기 쉽다.
전기차에서 모든 소음을 없애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타이어는 도로와 계속 접촉하고 차량은 공기를 가르며 움직이기 때문에 속도가 올라가면 일정 수준의 노면음과 풍절음이 생긴다.
오히려 전기차의 조용한 구동계 때문에 이런 소리를 운전자가 더 쉽게 알아차리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전기차인데 왜 소리가 나지?’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어떤 소리가 정상적인 주행 환경에서 생기는지 알아두는 것이다.
평소 자신의 차량이 매끄러운 도로와 거친 도로에서 어떤 소리를 내는지, 시내와 고속도로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익숙해지면 실제 이상이 발생했을 때도 변화를 훨씬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다.
FAQ
Q1. 전기차인데 고속도로에서는 내연기관차만큼 시끄럽게 느껴질 수 있나요?
그럴 수 있다. 저속에서는 엔진음이 없어 매우 조용하지만 속도가 높아지면 타이어와 노면에서 발생하는 소음, 풍절음의 비중이 커진다. 전기차에서는 엔진음에 가려지지 않아 이런 소리가 상대적으로 더 분명하게 들릴 수 있다.
Q2. 타이어를 바꾼 뒤 전기차가 더 시끄러워진 것 같은데 문제가 있는 건가요?
타이어마다 트레드 패턴과 구조, 소음 특성이 달라 체감 소음이 변할 수 있다. 다만 차량 제조사가 지정한 규격과 하중 기준에 맞는지 확인하고, 비정상적인 진동이나 편마모가 함께 나타난다면 장착 상태와 휠 얼라인먼트 등을 점검하는 것이 좋다.
Q3. 특정 속도에서만 ‘웅웅’ 하는 소리가 반복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노면에 따라 달라지는지 먼저 살펴볼 수 있다. 여러 종류의 도로에서 동일한 속도에 같은 소리와 진동이 계속 발생한다면 타이어 마모, 휠 상태 등 다른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타이어 전문점이나 제조사 서비스센터에서 점검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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